차고에서 태어난 거인, 구글 이야기 2부: 구글답게 일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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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에서 태어난 거인, 구글 이야기 2부: 구글답게 일한다는 것

· 8분 읽기

최고의 제품은 전략 회의실이 아니라 자유로운 금요일 오후에 탄생했다.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

  • 구글 20% 타임 제도의 탄생과 그것이 만든 것들
  • Gmail이 만우절 장난으로 오해받은 이유
  • 구글이 매년 4월 1일을 기다리는 이유
  • 검색창에 숨겨진 이스터에그들
  • 아마존, 애플과 구별되는 구글의 조직 문화

"금요일은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2004년 초, 구글은 전 직원에게 선언했다. 일주일 중 하루, 즉 업무 시간의 20%는 회사 업무가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에 쓸 수 있다고. 이 아이디어는 단순했다. 직원들은 매주 20%의 시간, 즉 하루를 자신이 선택한 프로젝트에 쓸 수 있었다. 정규 업무와 무관해도 됐다.

이 제도는 구글이 독자적으로 발명한 것이 아니었다. 사실 3M이 수십 년 전부터 과학자들에게 사이드 프로젝트 시간을 허용해 왔고, 그 유명한 포스트잇 메모지도 그렇게 탄생했다. 구글은 그 개념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재해석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제품 탄생 배경
AdSense 직원들의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출발, 현재 구글 광고 수익의 핵심
Google News 9·11 테러 이후 뿔뿔이 흩어진 뉴스를 한곳에 모으고 싶었던 엔지니어의 아이디어
Google Translate 내부 실험에서 시작된 언어 장벽 해소 프로젝트
Gmail은 20% 타임의 산물이 아니다?

Gmail은 흔히 20% 타임의 대표 성과로 소개되지만, Gmail 창시자인 폴 부크하이트(Paul Buchheit) 본인은 Gmail이 20% 프로젝트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정규 업무로 Gmail을 개발했다. 하지만 그가 Gmail에 활용한 검색 기술과 실험 정신은 구글의 자유로운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20% 타임의 '정신'을 이어받은 것은 분명하다.


만우절에 출시된 진짜 서비스

2004년 4월 1일. 구글이 새로운 이메일 서비스 출시를 발표했다. 무료 용량이 1GB라고 했다. 당시 최대 경쟁자였던 핫메일(Hotmail)의 무료 용량이 고작 2MB였던 시절이다. 500배 차이.

이 발표문은 만우절 장난처럼 가볍고 유머러스한 문체로 쓰여 있었다. 당연히 사람들은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진짜였다. 구글은 의도적으로 만우절에 출시해서 "어, 설마 이게 진짜야?"라는 반응을 유도했다. 장난처럼 보이는 진짜 서비스. 구글이 즐겨 쓰는 방식이었다.


장난을 예술로 만드는 회사

구글에는 흥미로운 전통이 있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4월 1일, 구글은 자사 제품 전반에 장난과 농담을 숨겨 넣었다.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회사 전체가 참여하는 진지한(?) 창작 활동이었다.

몇 가지만 꼽아봐도 재미있다.

  • MentalPlex (2000년): 생각만 해도 검색되는 '텔레파시 검색 엔진'을 발표했다. "뇌파가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로 수신됐습니다. 다시 디지털로 생각해 주세요" 같은 오류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 Google Romance (2006년): "연애는 검색의 문제입니다. 구글 로맨스로 해결하세요." 소울메이트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발표했다.
  • TiSP (2007년): 화장실 변기를 통해 초고속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무료 서비스를 공개했다. 설치 가이드까지 자세히 작성되어 있었다.
  • Google Mic Drop (2016년): Gmail에 '미니언즈 GIF와 함께 대화를 종료하는 버튼'을 추가했다가, 실제로 중요한 업무 메일에 미니언즈가 날아다니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몇 시간 만에 기능을 철회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구글은 만우절 장난을 중단했다. 그 이후로는 재개하지 않고 있다. 세상이 너무 진지해졌을 때, 장난도 잠시 멈추는 센스.


검색창 속 숨바꼭질

만우절이 아니어도 구글 곳곳에는 이스터에그(Easter Egg, 숨겨진 기능)가 가득하다.

첫 번째 구글 두들(Doodle)은 1998년 버닝맨 축제를 기념해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직접 만들었다. 서버가 다운될 경우를 대비해 사무실을 비웠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용도였다. 지금은 전 세계의 기념일, 예술가, 과학자를 기리는 구글만의 예술 형식이 됐다.

몇 가지 지금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이스터에그들이다.

  • 구글 검색창에 "do a barrel roll" 을 치면 화면이 한 바퀴 빙글 돈다.
  • "zerg rush" 를 검색하면 구글 'o'들이 검색 결과를 잡아먹기 시작한다.
  • 구글 번역에서 몬티 파이썬의 '세계에서 가장 웃긴 농담'(독일어 원문)을 영어로 번역하면 "[FATAL ERROR]"가 출력된다.
  • 2015년 만우절엔 구글 지도에 팩맨 게임 버튼이 추가됐다. 도로가 그대로 팩맨의 이동 경로가 됐다.

구글 vs. 아마존 vs. 애플: 같은 빅테크, 다른 문화

세 회사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의 직장이지만, 안에 들어가면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구글 아마존 애플
핵심 문화 자유와 창의 효율과 절약 보안과 완벽주의
업무 방식 20% 타임, 자율적 실험 데이터 기반의 냉철한 성과 측정 극도의 비밀주의와 집요한 디테일
분위기 대학 캠퍼스처럼 수평적 치열한 경쟁, 빠른 실행 장인정신 기반의 하향식(Top-down)
직원 별명 Googler (구글러) Amazonian (아마조니언) Apple employee (공식 직함 강조)

구글은 직원을 창의적인 탐험가로 대우한다. 최고급 식사와 수면 캡슐, 세탁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은 편의가 아니라 '창의성이 꽃 피울 환경'을 만들겠다는 철학이다. 반면 아마존은 제프 베이조스의 '고객 집착(Customer Obsession)' 원칙 아래 철저한 효율을 추구하고, 애플은 스티브 잡스에서 이어진 완벽주의와 비밀주의가 DNA에 새겨져 있다.

구글의 자유로운 사무실 풍경


마치며

자유로운 금요일 오후, 누군가의 엉뚱한 아이디어가 지금 우리가 매일 쓰는 서비스가 됐다. 구글이 단순한 기술 회사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하는 방식 자체가 하나의 실험이었다.

다음 편에서는 이 실험 정신이 어떻게 AI의 미래로 이어지는지를 따라간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날의 이야기, 그리고 지금 구글이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는 제미나이까지.


이 글은 시리즈의 2편입니다.

야근반장

야근반장

프로그래밍과 데이터 분석을 좋아하는 개발자입니다. 낮에도 밤에도 코딩하는 주경야근 라이프를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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