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애플(Apple)은 과일 이름일까? 사명과 한입 베어 먹은 로고의 진짜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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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애플(Apple)은 과일 이름일까? 사명과 한입 베어 먹은 로고의 진짜 유래

· 12분 읽기

사명과 한입 베어 먹은 로고의 진짜 유래

 Apple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과일값은 얼마일까? 정답은 약 3조 달러. 그 과일의 이름은 바로 Apple이다.


지구상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브랜드를 꼽으라면, 애플(Apple)은 단연 손꼽힌다. 맥도날드, 코카콜라와 함께 미국인들이 가장 즉각적으로 알아보는 로고 1위로 꼽히는 기업. 그런데 잠깐, 생각해보면 이상하지 않은가?

  • IBM, HP, Intel, Microsoft…

당시 테크 기업들의 이름은 하나같이 딱딱하고 기술적이었다. 그런데 왜 이 회사는 혼자 '과일 이름'을 달고 나타났을까? 그것도 멀쩡한 사과가 아니라, 누군가 한입 베어 먹은 사과를 로고로 내걸고?

오늘, 그 이야기를 파헤쳐보자.


1976년 캘리포니아 어느 차 안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때는 1976년, 캘리포니아 하이웨이 85번 도로. 스티브 워즈니악이 운전하고 있었고, 옆 좌석엔 막 오레곤 공항에서 픽업한 스티브 잡스가 앉아 있었다.

잡스는 방금 오레곤의 한 농장에서 돌아온 참이었다. 그는 그곳을 "사과 과수원(apple orchard)"이라고 불렀지만, 실제로는 All One Farm이라는 히피 코뮌(commune, 공동체 생활 공간)이었다. 잡스는 당시 채식주의와 선불교에 깊이 빠져 있었고, 그 농장에서 사과만 먹으며 지내는 '과일식 다이어트(fruitarian diet)'를 실천하고 있었다.

차 안에서 잡스가 불쑥 말을 꺼냈다.

우리 회사 이름을 'Apple Computer'로 하는 게 어때?

워즈니악의 첫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그의 회고록 《iWoz》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제가 처음 한 말은 'Apple Records는 어떡하고요?'였어요.

비틀즈의 음반 레이블인 Apple Records — 나중에 실제로 소송을 당하게 될 바로 그 회사다. 두 스티브는 더 기술적이고 있어 보이는 이름을 찾으려 했다. 'Executex', 'Matrix Electronics' 같은 후보들이 나왔다 사라졌다. 하지만 아무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워즈니악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Apple이 우리가 생각해낸 그 어떤 이름보다 좋았어요.

이름 하나에 담긴 세 가지 계산

단순히 잡스가 사과 농장에서 감동받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잡스가 훗날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에게 털어놓은 말을 보면, 'Apple'이라는 이름엔 꽤 실용적인 계산도 있었다.

첫째, '재미있고, 활기차고, 무섭지 않다(fun, spirited and not intimidating)' 는 느낌. IBM, Digital Equipment Corporation 같은 이름들이 뿜어내는 차갑고 거대한 이미지와 정반대의 포지셔닝이었다.

둘째, 전화번호부 순서. 당시에는 비즈니스 전화번호부에서 알파벳 앞에 나오는 게 진짜 마케팅이었다. 'A'로 시작하는 Apple은 경쟁사 Atari보다 딱 한 칸 앞에 실렸다. 잡스가 한때 일했던 그 Atari보다 앞서는 것, 은근히 통쾌하지 않은가.

셋째, 지식과 교육의 상징. 사과는 서양 문화에서 학교 선생님에게 드리는 선물, 지식의 나무, 뉴턴의 만유인력 등 '배움'과 깊이 연결된 과일이었다. 컴퓨터를 교육의 도구로 만들고자 했던 잡스의 비전과 딱 맞아떨어졌다.


첫 번째 로고: 아무도 기억 못 하는 뉴턴

'Apple'이라는 이름이 정해졌으니, 로고는 어떻게 됐을까?

사실 애플의 첫 번째 로고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사과 모양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1976년,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로널드 웨인(Ronald Wayne) 이 첫 로고를 만들었다. 그것은 복잡하게 펜으로 그린 삽화였다. 사과나무 아래에 아이작 뉴턴이 앉아 있고, 막 사과가 머리 위로 떨어지려는 장면. 테두리에는 워즈워스의 시 구절이 라틴어로 적혀 있었다.

뉴턴 … 영원히 생각의 낯선 바다를 홀로 항해하는 정신(Newton....A Mind Forever Voyaging Through Strange Seas of Thought… Alone)

아름답고 철학적인 그림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이것을 컴퓨터 기판 위에 어떻게 인쇄한단 말인가? 로고를 줄였다간 무슨 그림인지 알아볼 수도 없었다.

잡스는 이 로고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단 한 마디로 정리했다.

너무 구식이야.


롭 재노프와 한입 베어 먹은 사과

애플

1977년, 잡스는 회사 최초의 제대로 된 소비자용 컴퓨터 Apple II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새 로고가 필요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광고·홍보 에이전시 Regis McKenna의 아트 디렉터 롭 재노프(Rob Janoff) 에게 일을 맡겼다.

잡스가 재노프에게 준 브리핑은 딱 다섯 글자였다.

"귀엽게 만들지 마.(Don't make it cute.)"

재노프는 과일 가게를 찾아갔다. 사과를 사서, 자르고, 들여다봤다. 단면을 보고, 실루엣을 스케치하고, 또 스케치하고. 수백 번의 초안 끝에, 그는 단순한 사과 실루엣 하나에 도달했다.

그런데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사과의 오른쪽에 한입 베어 먹은 자국을 냈다.

진짜 이유는 놀랍도록 실용적이었다

재노프는 이후 수십 년간 이 한입의 이유를 물어보는 질문에 시달렸다. 그리고 그때마다 똑같이 대답했다.

저는 크기를 나타내기 위해 한입 자국을 디자인했어요. 사람들이 이게 사과지 체리가 아니라는 걸 알아볼 수 있도록요.

그렇다. 답은 체리와 구별하기 위해서였다. 조그만 로고로 줄였을 때, 한입 자국이 없는 동그란 사과는 그냥 작은 동그라미, 즉 체리처럼 보였다. 한입이 바로 '이건 사과입니다'라는 시각적 신호였다.

재노프는 혹시 몰라 두 가지 버전을 준비했다. 한입 있는 버전, 그리고 없는 버전. 잡스는 한입 있는 버전을 골랐다. 이유는 묻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우연이 있다

영어로 컴퓨터 용어 중에 'byte(바이트)' 가 있다. 데이터의 기본 단위. 그리고 '한입 베어 물다'는 영어로 'bite' 다. 발음이 똑같다.

재노프는 이 언어유희를 의도한 게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컴퓨터 회사의 로고에서 한입(bite/byte)을 베어 먹었다는 우연은,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우연이든 아니든, 이보다 완벽한 중의적 표현이 또 있을까.


도시 전설들: 사실인가, 아닌가?

한입 베어 먹은 사과 로고를 둘러싸고 오랜 세월 도시 전설이 쌓였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전설 1: 앨런 튜링에 대한 헌사?

앨런 튜링(Alan Turing) 은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수학자다. 그는 2차대전 때 나치 암호 에니그마를 해독해 전쟁을 단축시킨 영웅이었지만,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화학적 거세를 강요당한 뒤 1954년 시안화물을 바른 사과를 먹고 숨졌다. 그의 침대 옆에서 한입 베어 먹힌 사과가 발견됐다.

애플의 한입 베어 먹은 사과 로고가 튜링에 대한 추모라는 설은, 이야기로서 너무나 아름답고 완벽해서 수십 년간 퍼져나갔다.

재노프의 답은?

그런 것 없어요. 아름다운 도시 전설이지만요.

전설 2: 에덴동산의 선악과?

지식을 주는 사과, 한입 베어 먹음으로써 세상이 바뀌었다는 성경 창세기의 이야기. 지식을 사람들에게 주는 컴퓨터 회사, 그 로고가 한입 베어 먹힌 사과라면…

역시 재노프의 대답은 같았다.

아니요.

전설 3: 무지개 로고는 LGBT의 상징?

1977년부터 1998년까지 21년간 사용된 오리지널 애플 로고에는 무지개 색 줄무늬가 들어가 있었다. 마침 무지개는 성소수자 운동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색상이 앨런 튜링을 기리는 동시에, 당시 캘리포니아의 진보적 분위기를 담은 것은 아닐까?

재노프의 설명은 의외로 기술적이었다. Apple II는 당시 세계 최초로 컬러 화면을 지원하는 퍼스널 컴퓨터였다. 무지개 줄무늬는 바로 그 컬러 디스플레이 기능을 상징한 것이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게이 프라이드 깃발은 무지개 로고가 나온 다음 해인 1978년에 처음 등장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설이 진실이 되는 순간

재노프가 아무리 부정해도, 이 로고에는 묘한 힘이 있다.

전 애플 임원 장-루이 가세(Jean-Louis Gassée) 는 이 로고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나에게 있어 우리 로고는 깊은 미스터리다 — 욕망과 지식의 상징, 한입 베어 먹힌, 잘못된 순서의 무지개 색깔. 이보다 더 적절한 로고를 꿈꿀 수는 없다: 욕망, 지식, 희망, 그리고 무정부.

디자인이 위대해지는 순간이 있다. 의도를 넘어서, 사람들이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할 때. 그 의미가 켜켜이 쌓일 때. 애플 로고가 바로 그런 로고다.


로고의 변천사: 무지개에서 금속까지

애플 로고

연도 로고 특징
1976 뉴턴 삽화 로널드 웨인 제작, 복잡한 펜화
1977 무지개 사과 롭 재노프 디자인, 21년간 사용
1984 무지개 사과 (이름 제거) Landor Associates가 'Apple' 텍스트 삭제
1998 단색 검정 사과 잡스 복귀 후, iMac 출시 맞춰 리브랜딩
2001~ 유리질 단색 (흰색·은색 등) 미니멀 시대. 제품마다 색상 변화
현재 메탈릭/단색 실루엣은 1977년과 동일

흥미로운 것은 실루엣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1977년 재노프가 그린 사과의 형태는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다. 색만 바뀌었을 뿐.


마치며: 가장 단순한 이름이 가장 강력한 이름이 됐다

스티브 잡스가 오레곤 사과 농장에서 영감을 받았든, 전화번호부를 계산했든, 비틀즈 팬이었든 — 결국 'Apple'이라는 이름은 그 모든 것을 초월했다.

세상의 모든 테크 기업들이 첨단을 강조하려고 냉철하고 기술적인 이름들을 쏟아내던 시절, 잡스는 인간적이고 친근하고 따뜻한 단어를 선택했다. 그 선택이 컴퓨터를 '나 같은 사람도 쓸 수 있는 도구'로 만드는 브랜딩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롭 재노프는 체리와 구별하기 위해 그냥 한입 베어 먹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거기서 에덴동산을 보고, 앨런 튜링을 보고, 지식에 대한 인류의 갈망을 봤다.

어쩌면 그게 위대한 디자인의 본질 아닐까.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

애플 생태계

지금 당신 손에 들린 기기 뒷면의 한입 베어 먹은 사과 — 이제 그 사과가 조금 다르게 보이지 않는가?


참고: 이 글에서 소개한 사명 및 로고 유래는 스티브 워즈니악의 회고록 《iWoz》,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 그리고 롭 재노프의 인터뷰(Creative Bits, Forbes, Logo Design Love 등)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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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밍과 데이터 분석을 좋아하는 개발자입니다. 낮에도 밤에도 코딩하는 주경야근 라이프를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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